|詩| 산 타기

서 량 2011. 3. 24. 21:28

 

몇몇 등산객은 등산복 색상이 크게 요란스럽지 않았어요 쓸데없이 날카로운 사고방식이 양떼구름을 꿰뚫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리타분한 권위의식도 마찬가지에요 앞장서서 떼지어 가는 사람들이 손에 잡힐 듯 말듯 하네 우리는 이렇게 억지로 산을 타야 하나요 땀이 진눈깨비처럼 쏟아집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화음을 넣어 주고 싶은 멜로디죠 거무칙칙한 산새 한 마리가 크게 놀라지도 않으면서 쏜살같이 도망칩니다 헌병처럼, 엄격한 원칙을 매일매일 실천에 옮기는 헌병처럼, 모자를 눈 아래까지 푹 눌러 쓴 몇몇 등산객 뒤를 묵묵히 쫓아가는 중이다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이제는

 

© 서 량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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