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옷깃

서 량 2011. 3. 8. 23:00


아주 끈을 풀어 주는 게 어때

내일 속에 꽁꽁 묶여

아래만 내려다보는 키 큰 나무의

딱딱한 눈길,

헐벗은 시선에 맺힌

채찍자국에서

처연한 꽃 한 송이 아지랑이로 피어나는데

가시화(可視化)의 현란한 요술에

푹 빠져서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지?

떨리는 눈까풀 속에 뭐가 들어있길래

그러나 들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단단한 바람 속에서

귓속말처럼 새어 나오는

분명 당신 옷깃 스치는 기척

 

 

© 서 량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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