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몇 개를 어설픈 가슴과 배에 힘껏 조이고 눈을 촛불처럼 깜박거리며 자신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려고 조용이 몸부림치는 암탉을 본적이 있어요 그거 다 지나간 얘기라고 껄껄 웃으면 간단한 사연일 수도 있지 지금도 그 암탉의 눈에서 튕겨 나오던 불길을 잊을 수 없어요 그 어미 암탉의 눈빛은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교훈도 아무런 질서도 아무런 깨달음도 필요가 없었지요 평생에 처음 본 그 보잘것없는 암탉의 암팡진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서늘해 어느 날 내 엄마가 나를 바라보던 눈길, 어둡고 깊은 눈길. 무릎까지 빠지도록 젖무덤처럼 수북이 내린 눈, 순백의 눈길이, 내 여린 두 다리를 꽉 옥죄던 그 차가운 눈길이
© 서 량 2010.08.19
-- 월간시집「우리詩」 2010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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