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우산으로 가리는 봄 / 김종란

서 량 2022. 12. 14. 19:33

 

우산으로 가리는 봄

 

                         김종란

 

봄에서 문을 닫아 걸고

우산으로 가려보는 낡은 미래

봄은 예외가 없지만

눈을 크게 뜨면 무모한 마음에 벚꽃이 날리는 걸

잠시 멈출 수 있지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면 다시 암전

검은 알몸의 벚나무는 빛의 알갱이 머금은 눈물보를  터트리지

종이 보풀아기 진 익숙한 지도 마음 반쯤 감고 짚어오다

빛을 삼킨 너의 질주에 한 걸음 멈칫 비켜선다

길을 가득 메우며 우산들은 떠있다  저마다의 심정으로

봄의 소리를 가린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길 너는 휘파람을 불면서

날렵하게 달린다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종이가 찢어지듯

봄우산은 쉬이 뒤집힌다

 

© 김종란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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