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으로 가리는 봄
김종란
봄에서 문을 닫아 걸고
우산으로 가려보는 낡은 미래
봄은 예외가 없지만
눈을 크게 뜨면 무모한 마음에 벚꽃이 날리는 걸
잠시 멈출 수 있지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면 다시 암전
검은 알몸의 벚나무는 빛의 알갱이 머금은 눈물보를 터트리지
종이 보풀아기 진 익숙한 지도 마음 반쯤 감고 짚어오다
빛을 삼킨 너의 질주에 한 걸음 멈칫 비켜선다
길을 가득 메우며 우산들은 떠있다 저마다의 심정으로
봄의 소리를 가린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길 너는 휘파람을 불면서
날렵하게 달린다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종이가 찢어지듯
봄우산은 쉬이 뒤집힌다
© 김종란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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