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꽃
최양숙
손가락 마디에 걸린 털실
대바늘에 감아서
이제는 흐려진 눈으로
무늬를 넣는다
겉뜨기 한 줄에 바람이 일고
안뜨기 한 줄에 고요가 앉는다
매끈히 솟은 대나무는
속을 비워 더 단단한 나무
마디마디 매듭진
빈 숨결
한 겨울 추위를 견딜 때
무성해진 댓잎이 내는
사철 푸른 소리
풀었다 뜨는 털실은
새 옷을 만들어도
다시 뜰 수 없는
어머니의 세월
일곱 자식의 가슴에
무늬를 넣는다
백년을 기다렸다 피는
대나무 꽃*
* 대나무는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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