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첫눈 / 최덕희

서 량 2009. 12. 11. 13:03

 

 

첫눈

 

            최덕희

 

첫눈은 밤에 몰래 내려야 한다

하얀 아침을 맞는 경이로움

가지마다 새초롬히 매달린

유리알의 눈부심으로 겨울 첫하루를 열어간다

 

첫눈은 초겨울 햇살에 반짝 스러져 가야 한다

언제 왔는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첫사랑을 먼 발치에 남겨 두고

 

멀어질수록 그 빛은 선연하여

걸어온 발자욱들을 비추인다

첫눈 오는 날은 눈속에 나를 가두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어서 잊혀지내다

다시 첫눈으로 사락사락

그리운 이들의 들창을 두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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