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11월에게 / 김정기

서 량 2022. 12. 8. 19:50

 

11월에게

 

       김정기

 

나뭇잎에 가려 들리지 않던

먼 기적 소리 기침에 묻어

토해내는 맑은 울음

그대에게 가네

 

닿기만 하면 물이 되어

썩는 육신 씻어

첫 새벽 흔적 없이

잎 떨군 나무 가지에

올려놓는 바다

돌아오지 못할 항해에

배를 돌리는 11월

 

고요한 것이 꿈틀대며

세상을 덮는 황홀을

오후 네 시의 어두움을 만지며

朱黃볕 한 가닥 눈에 넣어

갈대 한 잎에 고인 이슬 되네

 

© 김정기 200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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