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조용한 광증(狂症)

서 량 2009. 10. 8. 21:16

 

몇 백 년 묵은 고목이

헐벗은 아랫도리 아랑곳없이

산 넘어 검푸른 바다 건너 뛰어가고 있다

 

겉으로만 유유한 강물도

조급하게 뛰어간다 시계? 뱅뱅

돌지? 그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금세 어디론지 줄행랑을 쳤잖아  

내 말을 믿어 줘, 눈동자 불꽃같이 뜨겁고 예쁜 고양이도

표범처럼 꼬리를 설렁이며 도망쳤다지 빨간 달도 보라색 해도

겅중겅중 뜀박질을 하지를 않나 알록달록한 별들도 마찬가지

길길이 미쳐 날뛰는 블랙홀을 피하려고 갈팡질팡한다지

 

책상다리로 조용히 앉아있는 것은 우리의 혼()뿐이다

내 말을 믿어 줘, 은하계와 고양이와 시계 초침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당신이 실눈으로 곁눈질하면서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동안

 

 

© 서 량 200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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