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송이버섯 살펴보기

서 량 2009. 9. 22. 20:55

 

 

이건 지상의 액운을 막아주는 거대한 우산인지도

먼 원자탄이 천천히 일으키는 인류의 반란일 수도

몰지각한 남근이 천상을 기리는

묵묵한 예식일지도 몰라

 

당신 머리를 감싸주던 사랑의 손길은 어김 없는 파괴력이다. 시간의 행진 또한 만개한 꽃잎을 좀먹는 윤락행위에 부단히 동조한다. 우리는 같은 운명, 같은 희열의 사생아인 것을. 등 따가운 사막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갈의 외로운 회전속도인 것을. 이건 뾰족한 시간의 초침이 당신과 내 존재의 등심살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사랑의 징표다.

 

비 그친 후 숲은 귀신처럼 변모한다

대기를 뚫고 솟아나는 무더운 수증기인지

이건 엽록소가 한숨 자고 벌떡 일어나는

염색체의 약속이행일 수도, 훌쩍

우리를 떠나는 마파람의 행적일지도 몰라

 

 

© 서 량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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