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는 1150년 경에 생긴 말로서 'Jesus Christ'의 'Christ'와 ' 'Mass (미사)'가 합쳐진 조합어다.
'Jesus(예수)'는 고대 유태어와 12세기 희랍어로 '구세주(savior)'라는 뜻이었다. 'Christ'는 'the anointed one', 즉 '성유(聖油)를 바른 사람',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
한국에서 7세기경 신라시대의 김유신이나 김춘추처럼 왕실이나 지배계급에게만 성씨(姓氏)가 쓰였고 영국에서는 13세기에야 같은 풍습이 생겼다. 양키들이나 우리나 모든 인간들이 각자의 성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 분명한 것은 예수의 이름이 지저스이고 성이 크라이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실명이 없는 시쳇말로 무명인사였는지도 모른다.
예수 생존 시 중동지방 풍습은 한 사람에게 신의 축복을 내리는 방법은 그 사람 이마나 머리에 향유를 발라주거나 침례교(浸禮敎)의 의식처럼 물 속에 전신을 넣었다 빼는 예식이었다.
좀 편파적이지만 의학적인 각도에서 보면 기름이나 물은 사람 몸에 소독작용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항생제 연고나 샤워 시설이 없었던 당시의 중동지방에서 가장 위생적(?) 행위는 몸에 기름을 바르거나 전신을 물 속에 몸을 담그는 일이었다.
성서 전문가들은 별자리의 위치와 동방박사 세 사람을 베들레헴 쪽으로 가는 길을 밝혀준 별의 천문학적 기록으로 보아 예수의 탄생일이 양력 3월 28일부터 5월 20일 사이라 주장한다. 평균 잡아 한 4월 달 경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리도 스산한 12월 어느 날이 예수의 생일로 낙착됐는가. 기원 전 4000년 경부터 12월 동짓날, 우리의 황진이가 읊은 '동짓달 기나긴 밤' 처럼 일년 중 가장 춥고 밤이 긴 날에 즈음하여 이교도인들은 각별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축제를 벌렸다. 로마의 겨울 축제 또한 물론 12월에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순탄한 운명의 길을 걷지 못한다. 동짓날 즈음해서 사람들이 흥청망청하는 것을 눈뜨고 못 보던 청교도가 1659년부터 1681년까지 법으로 크리스마스를 금한 적이 있었던 사실을 당신은 아는가. 당시 보스턴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행위가 적발되면 6쉴링의 벌금형이 부가됐다는 기록을. 근 200년 후인 1870년 6월에 크리스마스를 미국은 헌법상 국경일로 제정했다. 한 해가 가는 아쉬움에서 양키들이 공공연하게 먹고 마시고 카타르시스를 하는 행위가 허용되기까지는 이토록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그 늙은 나이에 왜 그렇게 아직도 밀레니엄이 넘은 인류의 정신을 지배하면서 굴뚝을 드나드는가. 이것은 일종의 프라이버시 침범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 터키에 해당되는 고대 '미라(Myra)'라는 나라. 당시 풍습은 방년의 여자들은 결혼을 하기 위하여 소정의 지참금을 지불해야 했다. 가난한 집 여식들은 시집을 못 갔다. 그 실정을 잘 알던 성 니콜라스가 밤마다 그런 여인들의 굴뚝에 황금동전을 떨어뜨렸다는 얘기. 그때 풍습이 노처녀들은 빨래한 양말을 벽난로에 걸어 말렸다는데 그 황금 동전이 대개 그 축축한 양말 속으로 떨어졌다는 얘기. 그 이후로 산타클로스는 늘 굴뚝을 통해 선물을 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의 수취인들은 하필이면 냄새 나는 양말 속에 선물을 받는 전통이 계승됐다는 얘기.
작금의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탈을 쓴 나나 당신의 진솔한 심리현상이다. 그것은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미련 없이 찢어버리는 지구촌 인간들의 뼈저린 의례다. 크리스마스는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당신과 나의 저항의식이다.
© 서 량 2008.12.22
--뉴욕중앙일보 2008년 12월 24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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