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간

서 량 2008. 11. 1. 16:08

                           

                          한 생각 하나로

                          마음이 금세 달라진다더니
                          돌소금 한 웅큼이 느글거림을

                          순순히 갈아앉히는
                          보기에도 좋아라

                          가지런히 간을 썰어 담아 놓은 접시
                          사람이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야
                          이토록 뭉클한 삶을

                          어찌 제대로 넘기겠느냐
                          흉흉한 업보에도 좋다더라 생으로 먹는 간은
                          울렁이는 혈기 적자생존의 원칙를
                          소담스레 담아 놓은 접시
                          당신이 여차직하면 울컥! 터지는

                          그 못된 성미만 해도 그렇지
                          생각 하나로 인생을 쥑이고 살리는 것이
                          불끈대는 간의 섭리인 것을

                          © 서 량 1993.03.18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2008.11.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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