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불

서 량 2008. 10. 31. 20:08

     

    바람이 죽은 후 숲은 잠시 묵상한다
    목젖 갈라지는 트럼펫 소리가
    순 재즈식 화음진행을 크게 좌우한다


    눈을 감는 순간 살아나는 불씨
    무지몽매한 타악기의
    빗발치는 공격이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 끝 마디마다
    저승의 꽃을 태우는 숲속 불길
    불길의 존재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공기의 술렁임이 공기의 요동질이
    예쁘게 그려내는 불꽃, 불꽃 세상


    눈을 감는 순간
    질주하는 베이스기타 소리가
    순 재즈식 화음진행을 크게 좌우한다
    바람이 죽은 후 무서운 저음의 활력으로
    빗장뼈 흔들어 대는 숲속 불길
    불길의 존재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 서 량 1993.03.02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2008.10. 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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