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삐 떠나는
발자국 소리에 지나지 않아
그 기척에 나 귀가 솔깃해지지만
속 마음을 알았으면 하는 욕심에
심장이 쿵쾅대지만
당신 영혼을 파헤치고 싶은데
갸름한 얼굴을 만지고 싶은데
제스처 만이라도, 제스처 만으로라도
참나무 한 그루가
바람을 꽉 부둥켜 안고 있네
검푸른 잎새, 잎새, 잎새들 뒤쪽에서
무명(無明)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열렬히 분탕질하는 풀잎, 풀잎, 풀잎들을
내려다보는 저 게슴츠레한 눈, 눈, 눈
© 서 량 2003.06.10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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