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빵의 생리***

서 량 2008. 3. 29. 08:10


빵이 내게 먹히기를 바라는 말랑말랑한

빵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주 순수한 표정
빵이 아무런 사심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생물이라는 느낌이라니

 

가설이라고 밀어붙이지 말아요

 

빵이 성질이 좀 급하다는 생각도 했어
빵은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내 입안에서
살살 여유 있게 녹겠다는 심사지만

 

빵이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지고 없고 빵 냄새만
서럽게 남아서 내 식욕을 자극한다

빵은 당신과 내 세포 속 기억력이다

 

빵은 애초에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대요 
아닌가요 무슨 특별한 다른 이유라도 있었나요
저 누릇누릇하고 이기적인 빵
내가 엄청 좋아하는 빵


© 서 량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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