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프트웨어***

서 량 2008. 2. 12. 07:37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빛이 출렁이는 거야. 흰빛은 물론 노랑 검정 혹은 갈색으로다가. 딱딱하고 성실한 스페인어 악센트 같던데. 중동의 나이 어린 테러리스트들이 자살 폭탄을 성욕의 수단으로 삼는 비법일 수도 있어. 숨을 한 번 깊이 들이킨 후 한참 멈췄다가 오래 답답하게 내뿜는 복식호흡인지도 몰라. 미친 듯 질주하는 말 잔등이에서 휘두르는 어메리칸 인디언의 춤추는 도끼도 대열에 꼭 끼어주세요.

 

맨해튼에 브로드웨이에서 바람이 솔솔, 콰당콰당, 그리고 시시때때 왈칵왈칵 분다.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진다는 학설일까요. 몰래 흔들리는 빌딩의 골반뼈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는 현상이라니. 저들도 나나 당신이나 다름없이 정밀한 소프트웨어 플랜대로 심장박동에 박자를 꼭꼭 맞추는가 했더니만. 모니터 화면이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일정한 간격으로 휙휙 바뀌고 있다니까.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신호등 색깔이 너무 강렬하다는 거야. 삼원색 말고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겸손한 발언이구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앞이 아찔해졌거든. 만약에 내가 이 순간 영원한 화석으로 남는다면 무슨 빛깔? 그거야 당연히 노랑색이지. 서정주가 홀딱 반했던 다정한 누나 같은 빛. 신호등이 초록에서 노랑으로 바뀌면서 국화 향기가 등골이 찌릿해지는. 그런.


© 서 량 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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