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공상과학 시대**

서 량 2007. 11. 21. 08:53

스타워즈에 나오는, 이를테면 머리에 뿔이 났거나 배불뚝이, 몸이 커다란 괴물이 주먹만한 눈을 껌벅거리며 당신을 쳐다본다고 쳐. 그놈 눈이 하도 큰 바람에 그놈 망막에 비친 당신 얼굴이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여권사진처럼 뚜렷이 보인다고 쳐.  이상한 괴물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찰라 당신의 형체도 없어지는 거야. 알고 보면 우리들 실체도 다 스산한 공상의 소산이래이젠 앞으로 詩에 공상하고 과학만 남을 거래.

 

? 글에도 명사와 동사와 간투사만 겨우겨우 살아남을 거래명문대학 출신 과학자들이 종일토록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명사와 동사와 간투사의 체온을 잰대. 너무 뜨겁거나 지나치게 차가운 단어들을 컴퓨터로다가 사전에서 삭삭 삭제해 버린대나. 세상은 과학자들 순 지들 마음대로니까 사전편찬 위원회도 웨브스터 딕셔너리도 다 소용이 없는 거지. 낯뜨겁게 뜨거운 말은 불법이다심하게 차가운 표현도 벌금을 물어야 해저 미적지근한 중립의 어휘들, 내키지 않는 사랑처럼 온건하고 밍밍한 글만 남는 것이 당신과 나의 미래다. 그래서 나 요새는 詩를 써서 무엇 하랴, 하는 비관을 하는 중이야.

 

 

© 서 량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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