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바지 주름살

서 량 2007. 11. 12. 06:06

내 바지가 옷걸이에 걸려 접혀 있다

 

무릎 뒤쪽으로 주름이 많이 잡혔네
무릎은 멀쩡한데 정강이 구김살이
야산(野山)처럼 우글쭈글 널려 있네

 

생각 모서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종일토록 의자에 앉아 짓뭉개는
내 마음 윤곽이 저런 모습일 줄이야

 

구김살 많은 내 심사
주말에 당신 몰래 세탁소에 맡겼다가
월요일쯤 슬쩍 찾아오면 어떨까

무릎 위에도 칼처럼 날이 서고
종아리 곧게 뻗은 세탁소 바지처럼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꿔오면 어떨까

 


© 서 량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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