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오래된 사이

서 량 2007. 9. 27. 04:30

날씨 사나운 8월 중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때리고
대서양 북쪽으로 뺑소니 친 다음 날 출근 길
허드슨 강물이 위험 수위에 육박해
베어 마운틴 브리지 통행을 막는다
나는 강 건너 짙푸른 산을 바라보며
강과 직각에서 강과 평행으로 차 머리를 돌린다

 

항상 사나이는 용감하게 흰 구름을 헤치고
산 꼭대기를 넘어가야 하는 줄로만 알았지
마음 놓고 산기슭 한 번 건드리지 못 하고
이렇게 비겁하게 멀리 돌아 갈 줄은 몰랐지

 

나는 강 건너 짙푸른 산을 바라보며
뉴욕주 북쪽으로 반 시간을 운전한 다음
꿈결 같은 소도시를 지난다 소도시를 지나
낯선 브리지를 타고 허드슨 강을 건너
다시 남쪽으로 반 시간을 내려온다
짙은 화장을 한 산이
폭삭 쓰러져 안길 듯 나를 따라온다
7년 동안 산허리에 배를 비비며
아침 저녁 등성이를 넘나드는 사이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은 베어 마운틴,
짙푸른 산과 내 사이가
갑자기 서먹서먹하다

 

© 서 량 2004.08.20

-- <문학세계> 2005년 겨울호에 게재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조건부 사랑  (0) 2007.10.01
|詩| 메뚜기 볶음  (0) 2007.09.28
|詩| 시와 사랑  (0) 2007.09.25
|詩| 월터 아버지  (0) 2007.09.24
|詩| 잔상(殘像)  (0) 200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