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철도관사의 추억

서 량 2021. 3. 5. 20:26

 

양말 뒤꿈치가 해어지면
할머니가 양말 속에 죽은 전구를
얼굴이 통통한 전구를 깊숙이 집어넣고

따끔한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면서
내 비언어(非言語)를 기워주신다

 

할머니가 종아리 어깨죽지 팔꿈치며
내 불온한 육체에 골고루 신경을 쓰시는 중
만지작거리는 당신 셋 째 손가락만 한 크기

에무왕(M1) 총알, 내 유일한

장난감 시어(詩語)!

 

끝내는 내 손안에 들어온 불발탄 에무왕 총알
꽁무니 복판에 새빨간 점이 찍힌 에무왕 총알

 

에무왕 총알 뾰족한 얼굴 외에도

내 젊은 아버지 청량리 철도관사 앞뜰에 떨어진
못, S자로 구부러진 대못도

소중한 장난감이다
내 훌륭한 비속어(卑俗語)!

 

© 서 량 2007.08.09 -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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