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3

|컬럼| 342. 사랑을 할까, 생각을 할까

분노 조절을 남들처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라이언은 눈이 가을 하늘같이 짙푸른 30 중반의 백인 남자다. 민감한 발육 시기를 고아원에서 보낸 그는 걸핏하면 남과 싸우거나 말썽을 부리면서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살아온 성격장애 환자다. 병동 직원들 거의 모두가 그를 싫어하는 눈치지만 나는 두뇌가 총명한 그를 좀 좋아하는 편이다. 세션이 끝나면 자꾸 “I love you, Doctor!” 하는 그에게 나는 으레 “Don’t love me. Think about what I said!” 한다. 그는 아직 왜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깊이 생각해 볼만큼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없다. 라이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자랐다는 이유로 지금 부모 역할을 해주는 정신과의사에게서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안달..

|컬럼| 33. 필(feel)이 꽂히다

근래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우리말 슬랭, '필(feel)이 꽂히다'는 말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이 이상한 구어(口語)는 영어와 우리말의 조합으로 태어난 혼혈아적인 표현이다. 세상이 급한 세상이라 때로는 아예 '필 꽂히다'라며 조사를 빼기도 하고 강조를 할 때는 '필이 팍팍 꽂힌다'며 힘주어 말하면서 언어생활의 최첨단을 걸어가는 우리들이 아닌가. 어떤 '느낌'이 들었다고 차분하게 말하는 대신에 꼭 그렇게 'f'와 'p'를 분별하지 못하는 영어발음을 재래식 한국말과 교배시키는 우리의 정서가 놀랍고 새롭다. 무엇이 꽂히다니! 얼마나 아플까. 이것은 가령 전신을 새까만 천으로 휘감은 닌자 (Ninja)가 어느날 밤 지붕에서 뒷마당으로 사뿐 뛰어내려 표창이라도 휙! 휙! 던지는 발상인가. 그 뾰족한 흉기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