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벚나무 / 김종란
흰 눈 벚나무 김종란 벚꽃 어리는 눈 핏발이 서린 겨울이네 흰 눈 벚나무 수정 빛 여행가방 손잡이 알맞게 누그러졌으니 가볍든지 무겁든지 무릎 꿇고 양말을 개며 바지 탁탁 털어 접으며 오늘의 수업 마치고 목숨의 한 부분 말끔히 지운다 살아있어, 그 신비로움으로 뭉싯거리는 몸짓으로 문을 열고 낮고 짙은 회색 구름속에서 이무로이 찰라의 것들 낌새를 훔쳐내지 눈을 찌그려라도 뜨고 응시하면 물꼬가 터져 흰 눈 벚꽃이 진다 검붉은 열매가 드러난다 살아있어 봄 겨울에 흰 눈 벚나무 © 김종란 201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