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7

|컬럼| 242. 꿈, 그 제3의 공간

정신과에서 말하는 자아(ego)는 혹독한 주인 셋을 섬기는 하인이다. 자아는 첫째 본능의 욕구를 들어줘야 하고, 둘째는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고, 셋째로 양심과 도덕을 들먹이는 초자아(superego)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소시민은 낮 동안 직장에서 이 셋의 등쌀에 시달리다가 퇴근하여 한밤중에 까칠한 현실을 떠나서 꿈나라로 도피한다. 수면은 현실로부터의 바캉스다. 열대의 피서지 해변에서 조그만 종이우산을 꽂아 놓은 칵테일을 마시는 쾌적함은 아닐지언정 당신과 나의 두뇌조직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히 쉬고 싶다. 아늑한 꿈의 공간은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동안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는다. 기쁜 꿈, 슬픈 꿈, 혹가다 악몽마저 꾸는 우리의 자아..

|詩| 야광시계 팬클럽

순전한 야행성이다 야광시계가 그렇다 당신은 어둠 속, 내 동떨어진 현실을 일깨우는 연락장교다 야광시계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아 정기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가칭 야광시계 비평가협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어 국제PEN클럽 식으로 곧 뉴욕에도 지부가 생길 거래 어머나, 참 기가 막혀서 나는 야광시계 왕팬인데 세상에 무슨 그런 할 일없는 사람들이 있대요? 당신은 침대 옆 탁자 위 결가부좌 자세다 야광시계가 그렇다 지금이 몇 시지? 하며 어둠 속, 내 동떨어진 실체를 파악한 후 나는 다시 꿈길에 접어든다 © 서 량 2021.04.18

2021.04.18

|詩| 차꿈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서 한참을 절절매다가 꿈을 깼다, 불안했어 다시 같은 꿈으로 돌아갔는데 다시 차를 찾지 못하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똥꿈이 재수가 좋대, 돼지꿈도, 많이 우는 것도 현실보다 더 현실스러운 꿈 캄캄한 우주 끝 간 데까지 비추는 고성능 헤드라이트 제멋대로 나다니는 환상의 차 내 지극한 원심력(遠心力), 앞으로 그런 꿈을 차꿈이라 불러야겠어 차를 찾아 주차장을 헤매는 꿈이 재수가 참 좋대 © 서 량 2007.08.26 - 2021.04.14

2021.04.14

|컬럼| 355. 쾌지나 칭칭 나네 ~♪

‘쾌(快)’라는 발음하기 힘드는 우리말에 대하여 생각한다. 쾌청, 쾌적, 쾌차 같은 기분 좋은 말들이 떠오른다. 쾌락, 쾌감, 쾌재, 쾌속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상쾌, 유쾌, 흔쾌, 통쾌, 경쾌, 완쾌, 명쾌, 하는 식으로 말끝에 붙는 쾌자 돌림은 왜 그리 많은지. 이런 단어들은 다 한자어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즐거움, 기쁨, 시원함이 고작이라서 별로 다채롭지 못하다. 중국인들에 비하여 체질적으로 우리의 정서가 단순하기 때문일까. 정신분석에서 인간의 행동원칙을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과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으로 나눈다. 전자는 타고난 본능에 가깝고 후자는 자연환경과 사회적 압력에서 비롯된다. 쾌락은 질서를 무시하고 현실은 질서를 강요한다. 쾌락이 아이들 마음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