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김종란 하루 김종란 반딧불 일렁이듯 오월 보리물결 뒤채듯이 한치의 공간에 슬며시 들어선 좀도둑 이무로이 미소 짓다, 기웃대다 어여쁜 것 훔쳐 내빼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몸으로 세상을 지은 말(言) 품은 화살로 한치의 여지에 그대 안 부르르 떨며 명중하는 흙의 꿈 쓸모를 버릴 수 없어 과녁은 지는 석양을 나르는 화살의 꿈을 꾸네 하루 하루 낯익은 도둑을 배웅하며 들숨과 날숨 사이에 새겨보는 말 세상을 짓는 말 © 김종란 2010.12.14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0
Morning Glory 데이트 / 윤영지 *Morning Glory 데이트 윤영지 허리는 굽었어도 빠짐없이 맞이하는 아침 힘들여 고개 든 나팔꽃 웃음으로 앙상히 마른 손을 흔든다 빗방울도 눈송이도 멈추지 못하는 하얀 백발의 그녀 오늘은 분홍색 티셔츠에 하얀 반바지 하얀 모자 눌러쓰고서 하룻밤 자고 난 동네 길에 눈도장을 찍는다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