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3

|컬럼| 341. 내 그림자

그룹치료를 하던 중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가장 바람직한 대화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긍정적(positive)인 생각이 최고라고 누가 덧붙인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저절로 긍정적인 말이 오갈 게 아니냐고 한마디 보태니까 좌중이 숙연해진다. 이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여건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알고 있을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고린도 전서 13장 13절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서 사랑이 제일 으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positive’는 사전에 긍정적이라는 뜻이 첫 번째로 나오고 확실하거나 낙관적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모두 다 한자어다. 순수한 우리말에는 ‘positive’라는 개념이 없었던 걸까. 사실 ‘positive’,..

|컬럼| 329. 무서운 피터팬, 그 매정한

“한 아이를 제외하고 어린애들은 모두 자란다. 그들은 일찍이 자기네들이 자란다는 것을 알고 웬디도 그걸 알았다. 그녀는 두 살 때 어느 날 정원에서 꽃 한 송이를 꺾어 들고 엄마한테 뛰어간 적이 있다.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고 '오, 네가 영원히 지금 같았으면!' 하며 소리쳤다. 이것이 모녀 사이에 꽃을 두고 생긴 일의 전부였지만 그때 웬디는 스스로 자라야 된다는 것을 깨달었다. 당신도 두 살이 넘으면 기어이 그걸 알게 된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다.” 피터팬의 첫 문단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번역해 보았다. 시(詩)와 이야기는 시작 부분에서 전체의 흐름과 윤곽을 암시한다.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아이로 알려진 피터팬은 절대로 성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힌다. 피터팬은 사실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