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3

|詩| 눈을 크게 뜨다

눈(眼)은 야만적인 상태에 존재한다 -- *안드레 브르통 (1926) 빅뱅이 사라지자 금세 새롭게 생겨나는 샛별을 보세요 구름빛 소파에 앉아서 당신이 말한다 빨강 노랑 파랑 풍선 낯익은 얼굴들을 봐봐 빅뱅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무더운 공기 사방팔방 풀려나는 지구보다 몇 백 배 더 큰 생물 무색 무취 무미 아메바 짚신벌레 등등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 모습 어디가 야만적이지 저 샛별 어디가 야만적이지 * Andre Breton – 1924년에 초현실주의 성명서를 발표한 프랑스 정신과의사, 시인, 초현실주의의 태두 시작 노트: 정신과의사 앙드레 브르통은 프랑스에서 초현실주의 시를 쓰기에 바빠서 '의사짓'을 포기했다. 그 즈음 미국의 소아과의사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는 꼬박꼬박 의사짓을 하면서 시시때때 처방전에 시..

2022.11.26

|詩| 대충 하고 싶은 말

파도가 넘실대면 머리에 빨강 노랑 초록 풍선을 얹은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아, 파도를 타요 꿈이 넘실거려요 자꾸만 이제 네이비 블루 아늑한 아다지오 템포 엄청난 오징어가 헤엄치는 바다 밑 세상 누군가 속삭인다 – Yes, it is what it is! 응, 그건 있는 그대로야! 오징어가 먹물을 뿜는 바다 밑 세상 온갖 생물들이 움직이고 있어 침착하게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그들이 코끼리 귀만 한 날개를 펄럭이며 지금 바다를 탈출하고 있다는 거 © 서 량 2021.10.07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