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3

뉴욕의 물 / 김정기

뉴욕의 물 김정기 당신의 하늘에 남보라 잉크를 풀었다 허리춤이 살아나는 관능의 물이 호머*의 포도주가 되어 지중해를 채웠고 물가루가 그 멋에 분해되어 몸속으로 스며들 때 어려운 색깔이 숨죽이며 번져 당신은 한 방울, 유쾌한 뉴욕의 물. 몸속에 숨어있던 파인 구멍을 가볍게 덮어주는 달빛 온기를 잃지 말라고, 물의 씨를 말리지 말라고, 옥구슬이 되어 분만 되는 물방울은 여자에 엮이어 땅으로, 흙으로 스며든다. 스며든다. *19세기 미국화가 © 김정기 2011.04.17

지구의 물 / 김정기

지구의 물 김정기 당신의 하늘에 남보라에 잉크를 풀었다 허리춤이 살아나는 관능의 물이 호머*의 포도주가 되어 지중해를 채웠고 물가루가 당신의 멋에 분해되어 몸속으로 스며들 때 어려운 색깔이 숨죽이며 번져 당신은 한 방울 유쾌한 뉴욕의 물. 마음속에 숨어있던 파인 구멍을 가볍게 덮어주는 달빛 온기를 잃지 말라고, 물의 씨를 말리지 말라고, 옥구슬이 되어 분만 되는 물방울은 여자에 엮이어 땅으로, 흙으로 스며든다. 스며든다. *19세기 미국화가 © 김정기 2010.07.27

젖은 꽃 / 김정기

젖은 꽃 김정기 세끼를 커피 숍에서 때우는 린다는 우리 집 단골손님이었다. 탐욕스럽게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냉수를 마시며 정부보조금을 아껴서 연명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도넛 하나를 주면 고개를 저으며 사양하다가도 돌아서면 게눈 감치듯 먹어치웠다 끝없는 식욕을 잡을 수 없으면서도 고요는 땅으로 가라앉아 켜를 이루고 린다의 평지엔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았다. 와인 빛깔 새 코트를 입고 온 날 아침 우리는 합창하듯 칭찬했더니 단 한 번 조금 웃어보였다. 포도주잔들이 쨍그랑 부서지며 그녀의 허기는 메워지고 있었다 혼자 있게 해 달라는 완강한 토라짐 대신 한 번쯤 무료로 주는 빵을 씹으며 쪼글쪼글한 입매에서 고맙다는 말도 새어나오고 그 얼굴은 젖은 꽃이었다. © 김정기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