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2

|컬럼| 61. 이긴다는 것은

'victory'는 전쟁에서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 그 땅을 정복한다는 의미의 14세기 라틴어 'vincere'에서 왔다. 'win'도 승리한다는 말. 얼른 들으면 같은 뜻처럼 들리는 'victory'와 'win'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어원에서 왔다. 전쟁에 승리했을 때는 'victory'라 하고 올림픽 경기에서 이겼을 때는 'win'이라 하지. 정복하기와 이기기는 그 뉘앙스가 다름을 당신은 부디 명심할지어다. 'win’은 고대영어로 'winnan'이었는데 본디 뜻은 '노력하다; 애쓰다; 일하다; 싸우다'였다. 경기나 시합에서 이긴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62년경. 이긴다는 것은 애쓰고 노력하고 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작업이다. 상대방의 실수를 학수고대하는 그런 야비한 경쟁심의 발로가 절대로 아..

|컬럼| 323. 세 개의 벽

환청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묻는다. 정체를 모르는 목소리,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럿이 토론을 하다가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목소리들, 더구나 남을 해코지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그들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는다. 환자가 대답한다. 목소리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못들은 척 한다는 것! 심지어 목소리가 시키는 일이 있으면 그러겠다 해 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것! 이 환자는 목소리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내부 상황과 벽을 쌓고 지낸다. 그 벽은 혼동과 선동을 불러 일으키는 악의에 찬 자극을 차단한다. 한 국가로 치면, 이것은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질이 나쁜 내부 세력이 난동을 일으키는 정황이다. 이 사악한 내부 자극이 끝내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숙이게 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