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3

어두운 미소 / 김종란

어두운 미소 김종란 어두운 호수에서 떠오르는 첫 물결 밤은 점점 어두워져 깊은 숲이 어느덧 잠기고 하늘이 하늘만큼 서서히 들어앉은 품어 보기에는 어려워서 숨 들이키다 통증이 시작되는 가슴 한편 함께 어두어져 물 밑으로 물 밑으로 나의 무게 만큼 가라 앉으며 숨 쉬는 것을 잊고 물결이 된다 소리를 듣는다 숨 죽인 곳에 살며 deep blue가 된다 © 김종란 2021.05.08

산삼 / 김정기

산삼 김정기 그날 산에 가서 산삼 잎을 눈여겨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빛나던 날은 지나가고 산도 헐벗은 계절이 왔다 통증으로 신음하는 늙은 산에 갔지만 오를 수 없는 높이다 내 입술에 말이 멈추고 수족에 힘이 빠졌지만 보이지 않는 꿈은 사다리를 타고 끝없이 올라 그런 기운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제 눈에 보인다 삼 잎이 가득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몸에서 놓여난 넓은 허공에서 뿌리를 캐서 씹는다 하염없이 무거운 삼 기운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면역력은 지구라도 삼킬 듯이 올라가서 잠들어도 깨어 있게 되었다 © 김정기 201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