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미소 / 김종란 어두운 미소 김종란 어두운 호수에서 떠오르는 첫 물결 밤은 점점 어두워져 깊은 숲이 어느덧 잠기고 하늘이 하늘만큼 서서히 들어앉은 품어 보기에는 어려워서 숨 들이키다 통증이 시작되는 가슴 한편 함께 어두어져 물 밑으로 물 밑으로 나의 무게 만큼 가라 앉으며 숨 쉬는 것을 잊고 물결이 된다 소리를 듣는다 숨 죽인 곳에 살며 deep blue가 된다 © 김종란 2021.05.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30
산삼 / 김정기 산삼 김정기 그날 산에 가서 산삼 잎을 눈여겨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빛나던 날은 지나가고 산도 헐벗은 계절이 왔다 통증으로 신음하는 늙은 산에 갔지만 오를 수 없는 높이다 내 입술에 말이 멈추고 수족에 힘이 빠졌지만 보이지 않는 꿈은 사다리를 타고 끝없이 올라 그런 기운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제 눈에 보인다 삼 잎이 가득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몸에서 놓여난 넓은 허공에서 뿌리를 캐서 씹는다 하염없이 무거운 삼 기운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면역력은 지구라도 삼킬 듯이 올라가서 잠들어도 깨어 있게 되었다 © 김정기 2017.12.16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23
통증의 집 / 윤지영 통증의 집 윤지영 툭,툭 집 짓는 소리 이번엔 왼쪽 뇌관이다 흐르지 않기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는 것들 어린아이 인중에 달라붙은 누런 콧물처럼 오랜 세월 쌓인 불순물 사이에 하나 둘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젖은 음식을 즐기고 영롱한 붉은 빛도 미련 없이 버렸다 머리를 들어 푸른 하..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