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3

|詩| 굳은살

우르르 몰려드는 푸른 세포들 싱싱한 줄기세포들이 사방을 살피는 동안 면역이 생긴다 면책특권의 쾌락 당신 살결이 연회색이었다가 차츰차츰 보라색으로 변하는 거다 벌판에 바람이 불고 있어요 깃발 나부끼는 소리가 귓전에 아른거리네 싱싱한 줄기세포들이 바로 백혈구의 전신이었어 발바닥에 불이 붙었네 정신이 아뜩해 생살 터지는 분홍빛 세포막은 무통분만이다 심한 격전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을 거에요 길고 힘겨운 겨울을 치르는 동안 당신 가슴에도 서서히 굳은살이 박일 것이다 © 서 량 2020.12.06

2020.12.07

|컬럼| 355. 쾌지나 칭칭 나네 ~♪

‘쾌(快)’라는 발음하기 힘드는 우리말에 대하여 생각한다. 쾌청, 쾌적, 쾌차 같은 기분 좋은 말들이 떠오른다. 쾌락, 쾌감, 쾌재, 쾌속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상쾌, 유쾌, 흔쾌, 통쾌, 경쾌, 완쾌, 명쾌, 하는 식으로 말끝에 붙는 쾌자 돌림은 왜 그리 많은지. 이런 단어들은 다 한자어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즐거움, 기쁨, 시원함이 고작이라서 별로 다채롭지 못하다. 중국인들에 비하여 체질적으로 우리의 정서가 단순하기 때문일까. 정신분석에서 인간의 행동원칙을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과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으로 나눈다. 전자는 타고난 본능에 가깝고 후자는 자연환경과 사회적 압력에서 비롯된다. 쾌락은 질서를 무시하고 현실은 질서를 강요한다. 쾌락이 아이들 마음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