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3

|詩| 한참 전 일

한참 전 일 청춘이 밤을 지날 때거나 목마른 나무라는 제목이었을 거다 정진우 감독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신성일 엄앵란 둘이서 서로서로 좋아하더라 흑백 영화가 당신을 감동시킬 때가 있지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천연색 영웅이 따로 없어요 그 당시 내 정신상태는 올데갈데없는 시정잡배였다 흑백의 신성일 엄앵란이 허름한 여관 비좁은 침대에서 불안해서 서로서로 몸싸움을 벌일 때  詩作 노트:내 나이 스무 살도 못된 시절에 신성일하고 엄앵란이가 내 청춘을 대변했다 신성일이 걸음걸이마저 흉내 냈다 ⓒ 서 량 2024.09.12

2024.09.12

플라스틱 나무 밑에 둔 심장 / 김종란

플라스틱 나무 밑에 둔 심장 김종란 *고도를 기다리며 슬픔을 선정한다 달콤한 슬픔 쌉쌀한 슬픔 아이스크림 두 손에 쥐고 대열을 빗겨 지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온다 차오르는 시간 품어내고 품어내며 어김없이 뛰는 심장 플라스틱 나무 위로 해가 떠오른다 브람스를 선정한다 유연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탈색된 거리 내달린다 심장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스르르 녹아 내리며 플라스틱임을 잊는다 기다리며 온기 없음을 합성이라는 걸 잊는다 *사무엘 베게트의 희곡 © 김종란 2009.11.30

|詩| 야광시계 팬클럽

순전한 야행성이다 야광시계가 그렇다 당신은 어둠 속, 내 동떨어진 현실을 일깨우는 연락장교다 야광시계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아 정기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가칭 야광시계 비평가협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어 국제PEN클럽 식으로 곧 뉴욕에도 지부가 생길 거래 어머나, 참 기가 막혀서 나는 야광시계 왕팬인데 세상에 무슨 그런 할 일없는 사람들이 있대요? 당신은 침대 옆 탁자 위 결가부좌 자세다 야광시계가 그렇다 지금이 몇 시지? 하며 어둠 속, 내 동떨어진 실체를 파악한 후 나는 다시 꿈길에 접어든다 © 서 량 2021.04.18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