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지구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2021년 2월에 한국 소식을 듣는다. 얼마 전 한 장관이 옷을 벗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추운 겨울에 옷을 벗다니.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옷을 벗는다는 말은 어떤 지위에서 물러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옷만 벗는 것이 아니다. 안경도 벗고, 마스크도 벗고, 베일을 벗고, 누명을 벗고, 때를 벗는다. 벗는 양상도 헐벗다, 벌거벗다, 빨가벗다, 등등 그 뉘앙스가 다채롭다. 앞뒤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을 일컫는 ‘천둥벌거숭이’도 재미있는 말이다. 우리는 참 벗기를 좋아한다는 논리의 비약이 가능하다. 왜 그럴까. 다혈질이라서? 병동환자가 이유 없이 옷을 벗고 알몸으로 복도를 서성거릴 때가 있다. 직원이 황급히 시트로 몸을 가려주면 순순히 자기 방에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