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 2

|컬럼| 383. 옷 벗는 사람들

코로나 백신으로 지구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2021년 2월에 한국 소식을 듣는다. 얼마 전 한 장관이 옷을 벗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추운 겨울에 옷을 벗다니.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옷을 벗는다는 말은 어떤 지위에서 물러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옷만 벗는 것이 아니다. 안경도 벗고, 마스크도 벗고, 베일을 벗고, 누명을 벗고, 때를 벗는다. 벗는 양상도 헐벗다, 벌거벗다, 빨가벗다, 등등 그 뉘앙스가 다채롭다. 앞뒤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을 일컫는 ‘천둥벌거숭이’도 재미있는 말이다. 우리는 참 벗기를 좋아한다는 논리의 비약이 가능하다. 왜 그럴까. 다혈질이라서? 병동환자가 이유 없이 옷을 벗고 알몸으로 복도를 서성거릴 때가 있다. 직원이 황급히 시트로 몸을 가려주면 순순히 자기 방에 가서..

|컬럼| 260. 부끄러운 혹은 성숙한 뼈

우리 마음의 기능 중 초자아(superego)가 자아(ego)를 대하는 품새는 마치도 부모가 자식을 다루는 태도와 흡사하다. 초자아는 법과 질서를 일깨워주는 부성적(父性的)인 면 외에도 자아이상(ego ideal)을 북돋아주는 모성적(母性的)인 부드러움을 지닌다. 정신과 의사 피어스(Piers)와 인류학자 싱어(Singer)가 쓴 "Shame and Guilt" (1971, Norton)를 다시 읽었다. 당신과 내가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정신분석적 해석과 인류학적 성찰로 가득한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이라는 우리의 정서는 온전한 초자아의 발육에서 비롯한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대영어에서 '빚을 갚다'는 뜻으로 통했던 'guilt'는 참으로 딱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