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3

먼지 알러지 / 김정기

먼지 알레르기 김정기 공중에 먼지까지도 마셔버려 속에 꿈틀대는 것이 있다 먼지 알레르기라고 처방 받으니 이제 가장 작은 것만 보인다. 작고 단단해서 더 이상 부서질 수 없어 그가 정처 없이 떠날 때 나는 한 알의 먼지로 남아 아무데나 붙어서 함께 가는 길. 아무리 좁아도, 깜깜하고, 막막해도 내 안에 등불 켜져서 앞길을 밝히고 모두 놓아버린 낱말들을 삼켜 말들이 배를 채워 먼지가 되어, 그렇게 둔갑해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토해내는 초롱초롱한 반짝임. © 김정기 2009.11.29

|詩| 우유와 안개의 병치법

우유, 그것도 분말 우유 맛으로 치면 어찌 모유에 비길 수 있으랴마는 젖빛, 우유빛으로 어느 날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가 있었지.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이었어 꿈 속에서 꾸는 또 하나의 꿈처럼 검붉은 장미꽃닢이 겹겹이 겹치마 흉내를 내면서 내 감각을 둔탁하게 만들어 주는 엄숙한 예식이었다 의식이 탁해지면 탁해질 수록 정신이 초롱초롱해졌어 그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 만약에 빛에 생명이 있었다면 반짝 발광(發光)하는 젖빛, 안개빛의 눅눅한 습기가 내 폐 속으로 흠씬 젖어들던 그 순간 같은 경우는 © 서 량 2009.10.19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