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알레르기
김정기
공중에 먼지까지도 마셔버려
속에 꿈틀대는 것이 있다
먼지 알레르기라고 처방 받으니
이제 가장 작은 것만 보인다.
작고 단단해서 더 이상 부서질 수 없어
그가 정처 없이 떠날 때
나는 한 알의 먼지로 남아
아무데나 붙어서 함께 가는 길.
아무리 좁아도, 깜깜하고, 막막해도
내 안에 등불 켜져서 앞길을 밝히고
모두 놓아버린 낱말들을 삼켜
말들이 배를 채워
먼지가 되어, 그렇게 둔갑해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토해내는
초롱초롱한 반짝임.
© 김정기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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