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먼지 알러지 / 김정기

서 량 2022. 12. 10. 18:19

 

먼지 알레르기

 

      김정기 

 

공중에 먼지까지도 마셔버려

속에 꿈틀대는 것이 있다

먼지 알레르기라고 처방 받으니

이제 가장 작은 것만 보인다.

작고 단단해서 더 이상 부서질 수 없어

그가 정처 없이 떠날 때

나는 한 알의 먼지로 남아

아무데나 붙어서 함께 가는 길.

아무리 좁아도, 깜깜하고, 막막해도

내 안에 등불 켜져서 앞길을 밝히고

모두 놓아버린 낱말들을 삼켜

말들이 배를 채워

먼지가 되어, 그렇게 둔갑해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토해내는

초롱초롱한 반짝임.

 

© 김정기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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