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신선한 마음으로 그룹 세션을 시작한다. 이제 새해도 됐으니 혹시 새해 결심을 한 사람이 있느냐, 하며 좌중을 둘러본다.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 결코 자발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 병동 입원 환자들이다. 우리는 매해 정초를 맞이하면 왜 새삼스레 어떤 결심을 하는가. 옛날 옛적, 자그마치 4000여년 전 바빌론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남에게 빌린 돈을 갚고 빌린 물건을 돌려주겠다고 신에게 약속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새해 결심은 종교적 관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당시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주름잡던 바빌론 사람들에게 있어서 새해 결심은 지키지 않으면 큰 벌을 받는 신과의 언약이었다. 자기 스스로와의 약속이 아닌 엄청나게 무서운 외부적 존재와의 계약이었다. 인류가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근세에 발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