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 3

|詩| 아버지의 방패연

아버지의 방패연 아버지가 지금 내 아들보다 더 새파랗게 어린 나이였을 때 나는 철부지 초등학교 2학년이다 아버지와,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내 자식이 얽히고설킨 씨앗이 이어지는 별하늘로 이윽고 불어오는 겨울 바람 아버지가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서 내 앞에서 방패연을 만드신다, 창호지에 창호지에 달라붙은 대나무 뾰족뾰족한 잔뼈, 잔뼈 연을 띄운다 등골 시린 지구 끄트머리에서 연신 요동질 치는 연줄, 가느다란 실 그러나 어느새 실이 끊어져, 툭 끊어져 옆집 마당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사뭇 바람결에 흔들리는 반투명 젖빛 창호지 내 아버지의 사각형 방패연 시작 노트: 유년기의 향수심이 트라우마를 능가하는 것 같다. 힘겨운 기억을 솎아낸 과거는 아름다운 과거로 변천한다. 지금도 겨울 하늘에 점잖게 군림하던 아버..

발표된 詩 2023.03.01

|잡담| 아버지의 방패연에 대한 추억

아버지가 지금 내 아들 나이 정도였을 때 나는 철부지 초등학교 2학년이였다. 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듯이 지금 내 아들이 또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당신이 듣기에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내 아비와 나와 내 자식이 얼키고 설키는 것 같이 보이나? 아니지. 세 제너레이션의 서열이 분명한데 무슨 말씀 그런 말씀, 하면서 당신이 약간 눈을 치켜 떠도 나는 크게 할 말이 없는 걸.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멘델의 완두콩 부모관계 족보 그림처럼 위 아래가 분명해야 동물왕국에 대한 기본 질서가 서는 법이려니. 하여튼 그때 아버지가 대나무를 칼로 가늘게 깎아서 내 면전에서 방패연을 만드셨어. 어린 나이에 놀랐지. 아버지는 요술쟁이! 겁나는 능력을 가진 마술사! 전지전능한 내 아버지. 창호지에 달라붙은 까칠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