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7

|詩| 소파

소파 -- 마티스 그림 “소파 위의 젊은 여자”에게 (1944) Window 창문 없는 곳 大腦 brain 다 부질 없다 새까만 hair 번듯한 양팔 양다리 든든한 몸통 노랑 빨강 검정으로 수직 수평으로 휙휙 금이 그어지는 실내 젊은 여자 詩作 노트: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는 1941년에 받은 小腸癌 수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cut-outs,”(색종이 오리기) 등등 작품활동을 하다가 1954년 11월 3일에 죽는다. © 서 량 2023.11.03

|詩| 벌레

벌레 비바람 그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었네 비바람 소리 꿈결보다 더 크게 들리고 빗속 벌레 소리 요란하네 비에 젖어 노래하는 벌레 비와 몸을 섞는 소리 가까이서 들리네 비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 나를 올라 타는 벌레 참숯불로 타다가 아침이면 폭삭 사그라질 벌레 한 마리로 나는 점점 숨이 막히네 시작 노트: 비바람 소리에 섞여 들리던 창밖에서 들리던 소리는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합창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 순간 얼토당토않게 무당벌레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무당벌레라는 말은 시에 일부러 집어넣지 않았다. - 2023.03.11 © 서 량 2005.10.08

2023.03.10

백 년 전 / 김정기

100년 전 김정기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삭이기에 충분한 고요인가 이 건물에 가득하던 풋풋함 모두 어디로 갔을까 헤픈 웃음도 문안에서 졸아들고 여자의 허리에 매달리던 굵은 목소리 공중분해 되고 바람도 서로 껴안던 진주 목거리 풀어져 흩어져서 떨고 있다. 나뭇잎이 내려앉은 스카프에 낡은 실밥 하나 방에 성에 끼던 견뎌내기 어려운 추위 연필로 베껴 쓰던 연서는 세상의 창문을 모조리 닫아걸었지 어두움은 온몸을 덮쳐왔지만 손끝에 닿는 씨앗들 공중에서 떨어지는 빛으로 옷을 지어 입고 길 떠나던 백 년 전 어느 날 한 사람의 세월을 몰래 본다. © 김정기 2012.12.13

|詩| 간접조명

이등변 삼각형은 늘 편안해 보여요 빛이 꼭 그렇게 창문 밖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원자도 광자도 중성자도 얼른 보면 환하다 뿐이지 억 배 정도 확대하면 어둡단 말이야 아주 어두워 나무 몇 그루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부동자세로 서있네요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빌딩 숲도 황혼을 축복하는 마지막 오렌지 빛인데 검정색 새떼가 빛의 배경을 사납게 긁으면서 시끄럽게 날아갑니다 당신 입술 잔주름이 빌딩 그림자들과 묘하게 평행을 이루고 있다 저는 지금 경쾌한 행진곡을 듣고 있는 중이랍니다 속 눈썹이 긴 커다란 눈동자의 여자가 안개 낀 새벽녘 가로등 앞 튼튼한 사다리꼴 벤치에 이불도 덮지 않고 달랑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다리라도 좀 움직이지 않으려나 아무도 없네요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 서 량 2011..

발표된 詩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