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눈 온 후에 부는 바람 소식은 늘 조용히 온다 함박눈이 창 밖에서만 내리고 있어요 당신은 가벼운 중력으로 곧이곧대로 하는 말을 짐짓 삼가면서 나랑 춤을 춰요 지금 눈이 그친 후 나무들이 통째로 흔들린다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향하여 양팔을 활짝 벌린 나무들이 하나같이 헐벗은 몸이랍니다 창 밖 어느 쯤.. 詩 2017.02.13
|詩| 후렴*** 걸핏하면 미안하다고 흥얼거리는 그녀에게 크게 정이 쏠리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건 순전히 상대방 기분에 초점을 맞추는 마음가짐이야 나보다 한참 어린 버마 태생 정신과 여의사를 향한 내 정신상태도 마찬가지 메커니즘을 거친다 그녀가 여동생 네 명중 내 평생토록 한 번도 마음을 .. 詩 2013.07.10
과녁 / 송 진 과녁 송 진 정 조준하여 너를 쏜다 두 눈을 감은 채 어디를 맞아도 명중하는 절망은 천 년이 지나도 전설로 쌓이고 격발된 감정의 파편들은 침묵으로 승화되어 가슴 속 동공에 서리었다가 모멸의 순간, 일그러지는 내 모습을 고향처럼 감싸기도 그림자일 뿐이라고 반성하라고 오랜 시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07.05
|詩| 꽃과 여름 끈적한 숲 속 안개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천년 묵은 바위 모습입니다 내가 눈여겨보는 내내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어요 시간의 그림자는 결코 어마어마한 중력의 발에 밟히지 않는답니다 짭짤한 햇살에 등줄기 간지러운 갯벌 게처럼 옆으로만 훌쩍훌쩍 걸어갑니다 결국 떨어지는 것.. 詩 2009.07.12
|詩| 낙엽과 비행기 천길 만길 발 밑 지구 깊은 내부에 듬직한 막대자석이 버티고 누워 힘껏 잡아끄는 중력에 나는 쏠린다 대한항공기가 태평양을 횡단하는 한밤에 촘촘한 해상도로 컴퓨터 모니터의 파도는 듬직한 막대자석과 맞붙어 치고 박고 싸운다 물결 세차게 출렁이는 지구 위에 내 어릴 적 비행기과.. 詩 200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