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뇌 5

|컬럼| 396. 언어는 꿈이다

십여 년 전에는 외래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당신과 나 같은 이른 바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다루었다. 환자의 꿈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때에 따라 유효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 대신, 그들의 환청이나 망상 자체가 꿈이나 다름없다는 경이감에 빠진다. 자존감의 빈곤으로 비관하는 환자가 과대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원성취(wish fulfilment)에 급급한 심리상태가 빚어내는 비현실적 현실이다. 소원성취는 꿈의 가장 고마운 기능이다. 꿈에 소원이 성취되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소원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 당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을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언..

|컬럼| 376. Sounds Good?

The sound of the Earth turning (Provided by NASA): 지구가 회전하는 소리 (미항공우주국 제공) 가을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11월 중순에 하늘을 헤집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간들간들 땅으로 떨어지는 마른 잎새들을 본다. 낙엽을 재촉하듯 간간 돌풍이 일어난다. 창문을 여니 바람 소리가 시원하다.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의 시,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의 첫 연이 생각난다.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당신도 아니에요/ 그러나 잎새들이 매달리며 떨고 있는 동안/ 바람이 지나가는 거지요.” 로제티는 바람의 존재 여부를 시각적으로 처리한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바람이 소리를 내면서 창밖을 스쳐간다. 창문의 커튼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