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3

|컬럼| 303. 감정의 역동성

주말 아침에 한 정신과의사가 티비 뉴스 프로에서 우울증에 대하여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새로 개발된 약을 추천하면서 그 약이 우울증 외에도 불안증세가 있으면 그것 마저 곁들여서 잘 처리해준다고 언급한다. 그 순간 셰익스피어가 햄릿 입을 통해서 한 말,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이상스럽게 연상하면서 움찔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그때 굳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고 직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있다, 없다' 하는 흑백논리를 추구하는 그 유능해 뵈는 백인의사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이를테면 한 여자가 임신이다, 아니다 할 때처럼 우울증..

|컬럼| 151. 제정신

미국에 이미 뿌리박은 당신이 그 뜻을 잘 알고 있는 'sanity'라는 말을 우리말로 옮기기가 참 어렵다. 사전을 찾아보니 '제정신'이라 나와있다. 맞다. 'sanity'는 '온전한 정신'이라 하지 않고 '제정신'이라 해야 귓속에 쏙 들어온다. 'sane'과 'sanity'의 반대말은 'insane'과 'insanity'. 'Are you insane?'을 '너 제정신이 아니지?'라 하는 대신 '너 제정신이냐?' 해야 제대로 들린다. 양키들은 굳이 상대가 실성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반면 우리는 상대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사태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어쩌면 그리 정반대일까. 영어와 우리말 표현이 늘 상반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친 짓을 한 사람에게 'Are you out of your mind?' -- 당신 정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