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3

섬세하고 유장한 말씀 / 김종란

섬세하고 유장한 말씀 김종란 아버지 낮은 목소리 들리네 가까웁게 웃음소리 밝은 그곳 아니고 이렇게 홀로 남아 있는 어둑한 곳에 더 가까웁게 따스한 어투로 부르며 아주 여린 마음에게 하듯 바라만 보는 총총한 눈빛을 향하니 이 세상의 초침은 잠시 잦아들지 긴 눈빛으로 쫓으시던 젊음은 이제 지나서 내 아버지 마음 문 뒤늦게 밀어보면 장도를 걷는 무사처럼 섬세하고 유장한 말씀 닫아 걸고 불면의 밤을 이기시던 이야기꾼의 가슴에 기대면 큰 바람소리 피에 섞인 것이 아닌 영혼에 깃들어 있을 소식을 애써 들어 보시려는 녹슨 갈비뼈를 벌려 바짝 마른 심장이 깃들도록 눈 바람 가두는 오두막 묵언(默言)의 오두막에서 깃을 털며 눈물에 젖은 깃을 털면서 새로운 말(言)은 깃을 펴보다 그림자를 펄럭이며 세계의 초침 위로 날아간..

둥지 틀기 / 윤영지

둥지 틀기 윤영지 잔 가지, 풀 조각, 흙 알갱이 젊음과 패기와 땀방울이 한데 이겨져 다부진 준비를 한다 지붕도 없이 적나라한 어둠 속에 매서운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낼 아직은 여린 살결의 젊은 군병 홀로 서기를 일찌감치 배워 다져진 젊음, 확신에 찬 손길이 가슴 졸이는 어미의 어깨를 다독거린다 허드슨 강의 정기를 들이마시며 땀방울로 응축해간 단단한 패기를 굳게 다문 입술 위 따스한 미소로 어미에게 약속의 눈빛 지으며 오늘도 너는 길을 떠난다 네 어깨 위에 주어진 둥지를 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