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빛 2

이끼 낀 돌 / 김정기

이끼 낀 돌 김정기 속 깊이 자라고 있는 멍 자국을 만져가며 푸른 것은 푸른 것끼리 덧나서 이끼 입고 있는 돌은 외로움을 만들어 피라미들이 떼 지어 와도 요동치 않는 어금니 앙다물고 두 주먹 움켜쥐었구나.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굴러야 빛난다고. 여름 저녁 빛이 창으로 쳐들어올 때 아직도 홍조 띄우며 황홀해 하고 평생 한 가지만 붙잡고 웅크리고 앉아 반짝이지 못 하였다네. 온몸에 푸른 멍들고도 울지 못 하였다네. © 김정기 2010.09.06

|詩| 가을의 난동

심지어 캄캄한 우주 깨알만한 은하수까지 움켜쥐는 엄청난 기력입니다 떡갈나무들이 허리 굽혀 옷을 벗는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추억, 추억 전신이 땅거미 저녁 빛, 오렌지색 황혼 빛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몸부림, 몸부림이 목숨을 거는 모습이다 슬픈 기색이 없이 눈물 따위 글썽이지 않으면서 심지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깁니다 시작 노트: 옛날에 써 두었던 시를 혼쭐나게 많이 뜯어고쳤다. 시를 쓰다 보면 그저 만만한 게 계절을 주제로 삼는 짓이다. 특히 봄이나 가을을 우려먹는다. 전에 이라는 시를 쓴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다. 맞다, 맞다. 계절은 내게 반란을 이르키고 난동을 부린다. 그런 어려움을 섭렵하겠다고 덤벼드는 나도 참, 나다. © 서 량 2008.10.14 – 2022.11.17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