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 4

|컬럼| 73.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우리 전래동화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대적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 본 적이 있는가.  '팥죽할머니'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구질구질하면서도 정감이 듬뿍 가는 사연들을. 팥죽할머니는 닭이며 송아지를 잡아먹는 호랑이를 팥죽을 주겠다며 어느 날 저녁 집으로 초대한다.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불 꺼진 화로를 후후 불라 해서 눈에 재가 들어가게, 고춧가루를 탄 물로 눈을 씻게, 그리고 바늘을 촘촘히 박아 놓은 행주로 따가운 눈물을 닦게 한다. 호랑이는 마당으로 뛰어나가다 개똥에 미끄러지고, 멍석 도깨비에 둘둘 말리고, 지게 도깨비에 얹혀 운반되어 강물에 첨벙 던져진다.  당신은 또 떡바구니를 들고 산언덕을 넘을 때마다 번번히 호랑이를 만나는 떡할머니를 기억하는가. "할멈,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컬럼| 54. 만지기와 빼앗기

만지기와 빼앗기 'take'라는 단어를 시사영어사 94년도 판 영한사전에서 찾아 보니 잡다, 붙잡다, 얻다, 받다, 가져가다, 데려가다, 고르다, 받아들이다, 맡다, 취하다, 등, 타동사로 30개, 뿌리를 내리다, 미끼에 걸리다, 등 자동사로 11개, 그리고 취득, 매상고 등 명사가 5개로, 장장 두 페이지 반에 걸쳐서 그 뜻과 해설이 잡다하게 펼쳐져 있다. 이것은 즉 'take'에 해당하는 딱 한마디의 단어가 우리말에는 없다는 사연이다.한국 사람들에게 'take'는 거칠고 생소하고 어려운 영어다. 우리들 입에서 저 흔해 빠진 'Take it easy' 혹은 'Take care'도 적재적소에 총알처럼 재빠르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 짧은 관용어에 해당하는 개념이 미국식으로 머리 속에 꽉 박혀 있지 않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