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4

|컬럼| 64. 굵고 짧거나, 가늘고 길게

굵고 짧거나, 가늘고 길게 1900년부터 쓰인 ‘top dog’라는 슬랭을 ‘꼭대기 개’라고 직역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뭐라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대빵’이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빵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가장 큰 것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 나와있지만 누구나 알아듣는 우리말 속어다. ‘top’은 사람 머리의 머리칼이 다발(tuft) 모양이라는 데서 꼭대기라는 뜻이 됐다. 그러니까 ‘top’은 ‘tuft’에서 유래된 단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자칫하면 날아가기 쉬운 ‘부분가발’을 ‘toupee’라 하는데 역시 ‘tuft’를 뜻하는 고대불어에서 나온 말이다. 보스턴의 ‘Tufts University’도 자기네들이 최고라는 암시를 주는 대학 이름이다. 대빵의 ‘대’는 아..

|컬럼| 42. 웃기는 짬뽕

한국 티비에서 자꾸 '멘트(ment)'라는 말을 듣는다. '진술'이라는 의미의 'statement'의 끝부분을 덜렁 떼어온 토막영어다. 인사말을 '오프닝멘트'라 하고 맺음말을 '엔딩멘트'라 한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다. 술을 '쭉 마셔라' 하는 우리의 '원샷!(One shot!)'은 '주사 한방'이라는 뜻. 멀쩡한 사람에게 싸움을 부추기는 일본식 영어 '화이팅!(Fighting!)'도 영어가 아니다. 양키들의 'cell phone'을 우리는 '핸드폰'이라 한다. '손전화'라니? 발로 거는 전화도 있는가. 우리는 영어를 가래떡처럼 석둑석둑 잘라서 쓴다. '리플'은 'reply'에서 끝부분을 떼어먹은 것. 컴퓨터를 '컴'이라 하고 '디카'는 '디지털카메라'에서 글자 넷을 죽인 말. '니고시에이션(n..

|컬럼| 473. 버딘스키

환자들 간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금세 주먹다짐이 터진다. 정치가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그들의 말다툼은 주먹다짐 대신 막말잔치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룹테러피 세션에 나는 환자들의 인내심 부족과 미숙한 언변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토론을 멀리하고 강연 형식을 취하려 애를 쓴다. 마치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남의 말을 가로막는 습관이 있는 환자가 눈을 크게 뜨고 앉아있다. 그는 내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재빨리 끼어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꺼낸다. 다른 환자가 “Hey, Mr. Buttinksi!” 하며 그를 향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참 오랜만에 듣는 속어, ‘Buttinski’다. ‘butt in’에 도스토예프스키 또는 차이코프스키 같은 북유럽식 이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