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데이트 데이트 울긋불긋2중주 green 병아리 yellow약속은 運指法 손가락 연습이다토끼털 스치는 입술이 아프도록늦었어요 늦지 않았어 전생 후생을 송두리째 망각하는 당신 詩作 노트:전생과 후생을 뛰어다니는 열살 짜리 Alice in Wonderland. 시간약속을 지키려는 토끼. ⓒ 서 량 2024.10.26 자서전的 詩모음 2024.10.26
|詩| 나팔 나팔 입술의 긴장부푸는 허파금속의 차가움 변질하는 금속생각의 변질 이윽고터지는 high pitch 미세한 아픔당신은 뺨을 오므린다 손가락 날렵한 손가락 詩作 노트:2019년 1월에 집에 불이 난 후에 20개월을 전셋집에서 살았다. Covid 바이러스가 겹쳤지. 나팔을 많이 불었어. ⓒ 서 량 2024.10.12 자서전的 詩모음 2024.10.13
|詩| 어떤 미소 어떤 미소 너는 웃고 있다이빨을 환히 보이면서 더운 입술윗입술 아랫입술 없이무릎을 약간 구부리는 사이구름이 유리벽을 꽉 채우는 너의 다정한 눈웃음 詩作 노트:해골은 늘상 웃고 있다는 표현을 어디서읽은 적이 있다 해골이 웃고 있더라 진짜 © 서 량 2024.05.01 자서전的 詩모음 2024.05.01
|詩| 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 과묵한 금속을 밀착 취재하는얇은 갈대 버들피리버들피리 소리 삘릴리 삘릴리나는 입술에 침을 바른다목이 구부러진 테너 색소폰의 절제된 기대치바람에 씻기는 바람 소리 비브라토 비브라토 詩作 노트:색소폰 리드를 침으로 적신 다음 마우스피스에정교하게 맞추어 묶으며 나는 천천히 흥분한다 © 서 량 2024.03.2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20
|詩| 입술 언저리 입술 언저리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볼레로 블라우스”의 여자에게 (1937) 눈 속에 듬뿍 찬 눈동자 까만 눈동자 옅은 그늘 엷게 어리는 목 여자의 목 흰 치마폭 굵은 주름이며 오른손 위 왼손이 부드럽다 보라색 볼레로를 부추기는 빨간 립스틱도 詩作 노트: 이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눈이 황소처럼 보인다. 블라우스는 투우사가 입은 볼레로 조끼처럼 보여. © 서 량 2023.12.21 마티스를 위한 詩 2023.12.21
|詩| 간격 없음 간격 없음 --- 마티스 그림 “팔짱을 낀 여자”에게 (1944) 능선 산등성이 능선 눈동자 없는 새하얀 눈 양팔로 자신의 몸통을 붙잡는 순간 눈부신 하늘 바닷가 하늘을 기웃거리는 갈매기 갈매기 닿을 듯 말 듯한 여자의 입술 詩作 노트: 마티스의 곡선은 사뭇 경건하다.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건축물 같기도 하고. 그가 그리는 여자의 몸은 템플이다. 절이다. © 서 량 2023.06.03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03
포장의 기술 / 김종란 포장의 기술 김종란 두 입술의 포장, 잠시 멈추시면 형광 빛으로 포장해드립니다 두 눈의 포장은 날고기 빛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잠시 감으세요 비린내 나는 곳에서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머무르세요 태엽을 감아드리겠습니다 비릿한 것이 좋아 단숨에 포장되는 기분 어떠십니까 그는 불을 맞았습니다 불이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 타오르는 그는 바비돌 케이스에 들어갔습니다 투명하게 바라봅니다 포장되었습니다 명세서와 인증이 붙여집니다 봉인 되어서 납품일을 기다립니다 (재고창고가 붐빈다는 소문) © 김종란 2009.11.13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08
|詩| 바다의 음향장치 입술 잔주름 실핏줄이 바닷바람을 부른다 입술은 참 민감해 누가 스피커를 꺼 놓았을까 입술만한 크기의 잎사귀가 넘실거려요 저 멀리 육지가 올리브색으로 가물거려요 당신은 한쪽 눈을 감은 채 영상을 찍는 중 거무튀튀한 조각배 하나가 파도를 무마시킨다 숨이 막히도록, 숨막히게 당신이 먼저 바다를 그리워하지는 않기로 했지 입술만한 크기의 잎사귀가 네이비 블루 바다를 짐짓 제압하는 가운데 © 서 량 2021.04.30 詩 2021.04.30
|詩| 트럼펫의 논리 트럼펫 피스톤 세 개가 달가닥거린다 기차 바퀴에 철제 스프링이 수평으로 밀린다 트럼펫 마우스피스에 비밥(bebop) 재즈주자의 입술 세포가 묻어 있다 기차가 배~엑 기적을 울린다 기차가 달리는 소리 칙칙폭폭 하는 리듬이 태아의 심장박동과 일치한다고 당신은 바락바락 우긴다 치기직청청 치기직청청 트럼펫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드럼 리듬이 단조롭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기차가 끼~익 브레이크를 밟자 꼬리가 둘씩 달린 32분 음표들이 공중으로 푸드득 툭툭 활개를 치며 도망간다 트럼펫 피스톤 세 개가 동시에 밑으로 내려오고 세 손가락에 얼이 쑥 빠지면서 당신의 시론(詩論)이 왕창 무너진다 © 서 량 2006.10.12 -- 2007년 3월호에 게재 발표된 詩 2021.03.01
|詩| 옆집 막다른 골목길에서 어린애들이 뛰노는 장면이야 옆집 사람이 집에 없는 저녁 녘 응접실에서 알토 색소폰 소리 들리나 봐요 입술이 아프게, 아무래도 입술이 갈라지도록 고음을 처리하기가 힘이 들었던 모양이지 바람 부는 대로 어쩜 박자도 척척 맞게 머리칼을 휘날리며 어린애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건 아주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 비브라토가 가을 햇살로 일렁이면서 더더욱 스멀스멀 내 앞섶을 파고드네, 나는 중저음의 떨림이 좋아, 작은 실수로 앙칼진 소리라도 내면 절대 안 된다, 하는 듯 알토 색소폰 구성진 멜로디가 울려오는 곳이 꼭 옆집 응접실 같아요 © 서 량 2019.08.17 詩 202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