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은 17세기까지만 해도 딸기 종류를 제외한 모든 과일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스펠링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고대영어로는 대추를 ‘손가락 사과 (finger-apple)’라 했고 바나나를 ‘낙원의 사과 (apple of paradise)’, 그리고 오이를 ‘땅 사과 (earth-apple)’라 일컬었다. 구약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가 실제로 무슨 과일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포도, 무화과, 석류, 심지어 버섯이라 추측하지만 어원학적으로 ‘낙원의 사과’라 불렸던 바나나를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를 내가 정신과 의사답게 유추하면,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조심스레 바나나를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다분히 외설스러운 연상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 뿌리를 박은 기독교적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