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5

이끼 낀 돌 / 김정기

이끼 낀 돌 김정기 속 깊이 자라고 있는 멍 자국을 만져가며 푸른 것은 푸른 것끼리 덧나서 이끼 입고 있는 돌은 외로움을 만들어 피라미들이 떼 지어 와도 요동치 않는 어금니 앙다물고 두 주먹 움켜쥐었구나.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굴러야 빛난다고. 여름 저녁 빛이 창으로 쳐들어올 때 아직도 홍조 띄우며 황홀해 하고 평생 한 가지만 붙잡고 웅크리고 앉아 반짝이지 못 하였다네. 온몸에 푸른 멍들고도 울지 못 하였다네. © 김정기 20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