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 2

|컬럼| 335. 스크린 메모리

우리는 지난 날을 얘기한다. 어릴 적 기억을 불현듯이 떠올리거나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퇴근길 주차장에서 직장 동료와 말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사조와 사회풍조와 가정환경의 테두리 안에서 심리적으로 발육한다. 그렇게 지난 날을 벗어난 듯한 환자들이 내게 과거를 털어 놓는다. 그들의 현재가 과거에 받은 상처의 결과라는 생각의 덫에 걸려서 나는 한 사람의 유전적 요인보다 그가 겪은 인생경험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프로이트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원칙을 정신분석의 토대로 삼았다. 그러나 현재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는 이론에는 어딘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 나는 현재가 과거의 금단 없는 연속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때가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은 ..

|詩| 반신욕**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는다. -- 윌리엄 포크너 영혼을 물 속에 담근다 영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영혼은 뜨거운 동시에 차갑대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물의 힘 새파란 우리 무의식 205병동의 멜리사는 과거를 죽이기 위하여 자신을 말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없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자기 몸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이물(異物)을 몸 속 깊이 입수한다. 내시경은 수십 번, 개복수술도 대여섯 번 했다. 얼마 전에는 작은창자의 일부분을 잘라냈다. 멜리사 배는 내장을 적출하기 위하여 과감히 갈라 놓은 희뿌연 생선 배다.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들이 멜리사의 미친 짓거리를 전혀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하는 정신과의사를 고소하겠다고 거듭거듭 벼르고..

201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