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4

우산으로 가리는 봄 / 김종란

우산으로 가리는 봄 김종란 봄에서 문을 닫아 걸고 우산으로 가려보는 낡은 미래 봄은 예외가 없지만 눈을 크게 뜨면 무모한 마음에 벚꽃이 날리는 걸 잠시 멈출 수 있지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면 다시 암전 검은 알몸의 벚나무는 빛의 알갱이 머금은 눈물보를 터트리지 종이 보풀아기 진 익숙한 지도 마음 반쯤 감고 짚어오다 빛을 삼킨 너의 질주에 한 걸음 멈칫 비켜선다 길을 가득 메우며 우산들은 떠있다 저마다의 심정으로 봄의 소리를 가린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길 너는 휘파람을 불면서 날렵하게 달린다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종이가 찢어지듯 봄우산은 쉬이 뒤집힌다 © 김종란 2010.03.30

목요일 외출 / 김정기

목요일 외출 김정기 노란 우산을 펴 들었다 얼마만인가 비 오는 날 홀로 외출이 우산위로 11월 중턱의 빗방울이 구슬 구르듯 흘러내린다. 가볍고 느린 트럭에게 길을 내주며 걸어가고 부딪히고 멈추어 선다. 매디슨 애비뉴 박물관, 떠난 사람들의 그림 앞에서 백년 전 구름 떼, 추수 끝낸 들판과 마주서서 시간의 옷섶을 만진다. 인간의 내심을 가는 선으로 빚어 놓은 조각들에게서 사람냄새가 물씬거린다. 결국세상을 떠나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의 분신을 만드는데 땀을 흘리는 것일까 샤갈의 색채를 바라보며 코트 깃을 세운 젊은 여자가 환한 침묵을 훔치고 있다 분주한 바깥거리에 서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대의 하늘을 향해 노란 우산을 활짝 펴서 던진다. 던진다. 날린다. 날아간다. 빌딩숲 넘어 점 하나로. © 김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