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4

바다시계 / 김종란

바다시계 김종란 초침을 감춘 바다 느긋하다 창문도 없고 현관문도 없다 하늘은 깊음으로 생명은 비릿함으로 안으며 표정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빛을 은닉한 *Renoir 의 'Spring Bouquet' 상처의 붉은 줄이 불현듯 빛나는 우리 우리 기다리다 빛을 은닉한 Renoir 의 'Spring Bouquet' 당신은 품에 안는다 낮아지며 깊이 깊이 스며든다 우연하게 여기 평안하게 바다를 숨쉰다 꼬리만 보이는 돌고래 바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 한잔 해초처럼 흔들리며 이리 저리 몸이 기울어지며 바다를 마신다 용서에 익숙한 당신 바다를 등지다 바다에 안기다가 당신 안에서 바다를 밀고 간다 *Renoir (French 1841~1919) © 김종란 2011.10.04

모래장미 / 김정기

모래 장미 김정기 골수에 단맛 다 빨리고 가슴에 꽂은 장미 사람들은 절하고 울음 울고 떠나지만 시선이 꽂히면 와르르 무너지는 꽃. 비단 자켓에 달았던 코사지 향기마저 갖추었네. 바위 결에 돋아난 그림 한 장 어두움은 언제나 당신 안에 스며들어 분명히 꽃이었던 자리에 피어나는 허공 물결을 잡으러 떠내려 왔던 개울가 자갈에서 꽃이 보이는 날 모래 장미를 달고 외출하면서 조금씩 더 수줍어하리 수집음이 슬픔이라 한들 당신이 나를 용서 할 수 있겠나 어머니 적삼에 달았던 꽃도 이제 보니 한 웅큼의 흰 모래였네 매운 무를 씹어 삼킬 때마다 꽃을 달아 주시던 모래 손. © 김정기 2010.10.12

|Poetry| This is just to say - 이거 그냥 말해주려고

This is just to say (1934) -- 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 I have eaten the plums that were in the icebox and which you were probably saving for breakfast Forgive me they were delicious so sweet and so cold 이거 그냥 말해주려고 (1934) --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 (1883-1963) 아이스박스 속에 있었던 자두를 내가 먹었는데 그거 당신이 아마도 아침으로 먹으려고 넣어 둔 것일 텐데 용서해 줘 자두는 맛있었어 아주 달고 아주 차갑던데 © 서 량 201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