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2

이 기차엔 비상약이 없다 / 김종란

이 기차엔 비상약이 없다 김종란 오후와 저녁 밤을 가로지르며 목쉰 소리를 내지르는 이 기차엔 승객이 없다 매캐한 연기 통로에 항상 낮게 머물러 메마른 눈 기차는 너무 빠르거나 느린지 아무도 볼 수 없다 어둠을 뚫고 가면서 형제를 만나는 생각을 했다 장방형 식탁에 팔꿈치 고이고 뜻 없는 이야기 주고 받는 겨울나무 밑 수북이 떨어진 마른 열매 하나 낙엽 기대어 뒹구는 시간을 이 기차는 형제를 만날 역전에 서지 않는다 너무 빠르거나 느려서 나는 그들을 볼 수도 없다 함께 자라난 초원 함께 손잡은 형상에 골몰하며 아주 오랜 시간 뒤 그 역을 다시 지나간다 낡고 다정한 역사(驛舍) 오후의 햇살을 받는 화단엔 그려 넣은 그들이 서있다 뒷모습 혹은 옆모습으로 자꾸 덧칠해서 알 수 없어진 감정의 선을 면도날로 긁어 내..

움직이는 역(station) / 김종란

움직이는 역(station) 김종란 살아 움직이는 말(언어) 눈 깜짝 할 사이 밤이 온 마음 울타리 넘는 은하수다 언어의 역전이 당당하게 불확실하게 서있다 눈빛 턱수염 역장의 미소가 신비롭다 *달리의 구부러진 시계, 확연하게 시간 너머에 서있는 언어의 역 당신의 지금을 지켜 보는 언어의 눈 시간과 공간에서 말의 속도에서 멀어지는 기차, 다시 몸을 숨기는 역 그 찰나 사람의 말은 태어난다 부러진 가지에 새 순, 소리 간직한 깊은 눈빛 하나 *Salvador Dali –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 김종란 2021.12.02